전래동화 장화 홍련전을 바탕으로 재해석한 모던한 영화
수미 (임수정) 은 정신병원에서 퇴원해 요양차 동생 수연 (문근영)과 함께 아빠 무현 (김갑수) 과 새엄마 은주 (염정아) 가 살고 있는 한적한 시골집으로 갑니다. 새엄마는 과장된 말투와 표정으로 두 자매를 반겨주지만 두 자매는 냉랭하게 새엄마를 거부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아름다운 이 집에서 수미와 수연 두 자매는 영문 모를 공포스러운 일들을 겪습니다. 수연은 자신의 방에 뭔가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고 수미는 악몽을 꿉니다. 수미는 동생 수연에게 새엄마가 괴롭히면 언니에게 말하라고 당부하는데 새엄마는 점점 친모를 많이 닮은 수연을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수미는 수연의 몸에서 새엄마의 학대로 인한 상처들을 발견하고 아빠에게 이야기하지만 아빠는 수미의 말을 좀처럼 믿지 않고 그저 방관합니다.
새엄마와 두 자매의 갈등은 점점 고조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엄마가 수연을 장롱에 가두게 됩니다. 수미가 수연을 구하고 아빠에게 달려가 어떻게 이렇게 무심하게 방관하냐며 화를 냅니다. 그 때 아빠는 수연이는 이미 죽었다며 수미에게 제발 그만하라고 소리칩니다.
과거에 두 자매의 아픈 친엄마가 살아있을 때, 아빠가 엄마의 간병인이라는 명목으로 다른 여자를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그 여자는 현재 새엄마 은주였고 아픈 엄마는 괴로움에 옷장에서 목을 매 자살합니다. 수연이 그것을 목격하고 엄마를 끌어내려다가 옷장이 넘어져서 깔리게 됩니다. 윗층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올라간 은주는 그 장면을 목격하지만 수미가 은주에게 2층엔 왜 올라왔냐며 쌀쌀맞게 굴자 "너,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할지도 몰라. 명심해." 라는 말을 하며 돌아섭니다. 그러나 수미는 차갑고 냉소적으로 "당신이랑 이렇게 마주보고 있는 것 보다 더 후회할 일이 있겠어?" 라고 말하며 집 밖으로 나갑니다.
이렇게 한날 한시에 엄마와 동생을 모두 잃은 수미는 그 충격에 다중인격장애를 앓게 됩니다. 새엄마 은주와 동생 수연, 그리고 자신, 1인 3역을 하며 죄책감 속에서 몸부림 치고 있었던 것이지요. 수미의 죄책감으로 만들어진 은주의 허상은 실제보다 훨씬 예민하고 히스테릭하며 표독한 인물로 만들어졌습니다. 영화 뒷부분에 등장하는 실제 은주는 수미가 만들어낸 은주보다는 훨씬 온화하고 평범한 인물로 보여졌으니까요. 이렇게 수미는 다시 정신병원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아름답고 무서운 공포영화의 명작
지난 2003년 개봉한 영화 장화, 홍련은 영상미와 음악이 빼어난 영화 중 하나입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미장센에 특히 많은 투자를 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특히 집이 또 하나의 배우로 불릴 만큼 배경에 많은 공을 들여 지었다는데요, 순수 제작비 28억원 중 7억원 정도가 집을 만들고 소품을 배치하는데 사용 되었다고 합니다.
주인공들이 사는 집은 일본식 양옥집으로 이국적이고 뒤틀린 느낌을 줍니다. 또한 꽃의 반복된 패턴과 어두운 초록색의 벽지, 그리고 빨간 카펫으로 묘한 공포감을 줍니다. 미장센에 대해 공부하는 연극영화과 학생이라면 꼭 언급될 만큼, 한국 영화 중에서 미장센으로 많이 유명한 영화입니다. 음악 감독 이병우가 작곡한 메인 테마곡 '돌이킬 수 없는 걸음' 역시 영화의 영상과 묘하게 어울리면서 슬픈 멜로디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프랑스에서 까르띠에 향수 TV광고 배경 음악으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여배우 삼인방의 활약도 두드러졌는데 신인이었던 배우 임수정은 이 연기로 연기력을 호평 받고 영화 흥행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염정아는 히스테릭하고 예민한 은주역을 잘 소화하여 실력있는 배우로 인정받으며 활약하기 시작합니다. 아역 배우 출신이었던 문근영 역시 수연역을 통해 대중들에게 폭넓은 연기력을 알렸습니다.
2009년에는 영어 제목 'A tale of two sisters' , 한국 제목 '안나와 알렉스; 두 자매 이야기' 라는 영화로 미국에서 리메이크 되어 개봉했습니다.
평론가 한줄평
김봉석 : 마음의 감옥에 갇힌, 한 소녀 이야기.
김소희 : 가정 내 여성의 공포의 근원에 대한 피상적인 해석.
박평식 : 약 먹은 가족의 식스센스? 우리도 그들처럼 헷갈린다.
이동진 : 이미지와 이야기에 선명하게 투영된 꽃이라는 모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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