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nking Express
지난 1994년 개봉한 영화 중경삼림은 왕가위 감독 특유의 감각적이고 세련된 감성과 그 시절 홍콩의 분위기를 잘 담아낸 영상미로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명작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영화는 1부와 2부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원래는 3부까지 제작할 예정이었으나 영화가 너무 길어짐에 따라 3부 타락천사는 후에 따로 제작되어 개봉하였습니다.
1부에서는 임청하와 금성무의 이야기가, 2부에서는 양조위와 왕비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제목인 중경삼림은 울창한 숲 정도로 해석할 수 있으나 영어 제목 <Chungking Express>의 Chungking은 1부의 배경인 홍콩 침사추이의 Chungking mansion에서, Express는 2부의 배경인 홍콩 센트럴의 음식점 Midnight express 에서 따왔습니다.
영화 중경삼림은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영화입니다. 이해하기 힘들고 허세만 가득 찼다는 평과 특유의 분위기와 카메라 워크에 인생 영화라는 사람들로 나뉩니다. 저는 후자쪽인데 몇년에 한번씩 주기적으로 봐줘야하는 제 인생 영화 중 하나입니다. 2021년 3월 한국에서 재개봉을 하기도 한 명작 중경삼림, 리뷰 시작합니다.
1부, 내 사랑의 유통기한은 만년으로 하고 싶다.
경찰223 하지무 (금성무) 는 만우절에 여자친구에게 이별 통보를 당합니다. 그는 그것이 거짓이기를 바랍니다. 현실을 부정하는 그는 5월까지 여자친구를 기다려보기로 합니다. 그리고 유통기한이 5월 1일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집착적으로 모으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내 사랑은 만년으로 하고 싶다." 라는 명대사가 탄생했죠. 5월 1일이 되어도 옛 애인에게 연락이 없자 그는 모아둔 파인애플 통조림을 꾸역꾸역 먹어버립니다. 그리고 바에 가서 그곳에 처음 들어오는 여자를 사랑하기로 결심합니다.
그가 그곳에서 처음 만난 여자는 금발 가발과 선글라스를 쓴 마약 밀매업자 (임청하) 입니다. 그녀는 자신을 배신한 인도인 마약 밀매업자들을 찾아간 청킹 맨션에서 한바탕 결투를 벌이고 온 것입니다. 술을 진탕 마시고 취한 두 사람은 호텔로 향합니다. 지친 여자는 잠들어버리고 하지무는 영화를 보고 샐러드를 먹다가 그녀의 신발을 깨끗이 닦아놓고는 호텔을 나옵니다.
땀을 모두 흘려서 눈물이 나지 않게 하겠다며 생일날 아침 조깅을 하는 그에게 여자로부터 생일 축하 메시지가 오며 1부는 끝이 납니다.
2부, 캘리포니아 드리밍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아르바이트생 페이 (왕비) 는 매일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에 들러 먹을 것을 사가는 경찰 663 (양조위) 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녀는 사촌 오빠를 도와 그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늘 마마스 앤 파파스의 California dreaming 을 크게 틀어놓고 일을 합니다. 어느 날 경찰 663의 전 여자친구인 한 스튜어디스가 식당에 들러 663에게 전해달라며 봉투 하나를 맡기고 떠납니다. 페이는 그 봉투를 몰래 열어보고 663의 아파트 열쇠를 얻게 됩니다.
그 때부터 페이의 스토킹(?)이 시작됩니다. 그녀는 그 열쇠를 가지고 시시때때로 663의 집에 들어가 집을 청소하고 새롭게 꾸미며 옛 애인의 흔적을 조금씩 지워줍니다. 663은 집이 서서히 바뀌어가는 것을 눈치채지 못합니다. 그러던 중 페이가 663의 집에서 나오다가 그와 마주치게 되고 그는 자신에 대한 페이의 호감을 알게됩니다.
663은 페이에게 캘리포니아 바에서 만나자고 데이트 신청을 하지만 페이는 진짜 캘리포니아로 날아가버립니다. 1년 뒤 승무원이 되어 다시 돌아온 페이가 가게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를 인수한 663을 만나며 2부가 끝납니다.
영화 속 OST
영화를 보고나면 귀에서 맴도는 노래가 있습니다. 바로 마마스 앤 파파스의 'california dreaming' 과 왕비가 부른 '몽중인' 입니다. '몽중인' 은 크랜베리스의 'dreams'를 리메이크한 곡입니다. 두 노래 다 발매 당시에는 영화와 무관했지만 중경삼림 이 후 이 노래들만 들으면 조건반사적으로 이 영화가 떠오릅니다. 양조위의 아련하고 깊은 눈빛과 홍콩의 향수, 그리고 음악에 취하는 영화 중경삼림이었습니다.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후 위기가 닥친 지구의 마지막, 설국열차 (2) | 2023.01.06 |
---|---|
유해진 주연의 영화 럭키 (4) | 2023.01.05 |
한국형 오컬트 영화 검은 사제들 (0) | 2023.01.03 |
파리로 여행 다녀온 기분 미드나잇 인 파리 (4) | 2023.01.02 |
케이트 블란쳇 주연의 영화 블루 재스민 (0) | 2023.01.01 |
댓글